말로만 아니라 사랑의 실천으로
오늘은 전교 주일입니다. 이날 우리는 인류 구원의 참된 소식을 우리만 알고 믿는 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이들이 이 구원의 현실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초대해야 함을 기억합니다. 전교는 우리가 자신의 개인적인 신앙생활에 덧붙여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에게 맡겨진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복음을 전파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가 어깨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가서 “예수님 믿고 구원받으세요!”하고 외쳐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그런 가두선교도 훌륭한 전교의 방법일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성경에서 예수님은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곧,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임은 우리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을 통해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섬기는 그 자리에서 하느님 나라는 싹을 틔우고 그 완성을 향해 힘차게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사랑의 실천을 통해 우리의 이웃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구원 현실을 맛보게 하는 것, 그보다 더 효과적인 전교의 방법이 있을까요? 마치 등경 위에 올려놓은 등불(루카 11,33 참조)이 자연스레 주변의 모든 이에게 빛을 비추듯, 우리의 사랑의 실천은 등불이 되어 세상의 어둠을 비추고, 갈 길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구원의 길을 밝혀주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말로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이야말로 전교의 근본정신이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굶주린 이와 음식을 나누고, 병든 이를 위로하며, 슬퍼하는 이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힘들어하는 이의 손을 맞잡아주는 것을 통해 우리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현세대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세대라 하지만, 우리 각자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여전히 무겁고 암울하고 외롭고 고통으로 가득합니다. 이 고통의 현실을 홀로 헤매지 않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섬기면, 온 세상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것을 보고 주님을 찬양하러 모여들 것입니다.
최규하 다니엘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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